2001년 11월 6일 (화요일, 둘째날) 설악산, 포항
속초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이제 우리의 여행의 둘째날이다. 그리고 세명이서 같이 차를 타고 여행하는 날로 치면 오늘이 첫 날이나 다름없었다.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우선 설악동으로 향했다. 속초에서 설악동까지는 차를 타고 1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이기 때문에 우리는 속초에 머물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고 방도 세명이서 자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만족이었다. 설악산으로 가는 7번국도에서 우리는 아침이라 그런지 하얀 파도를 크게 발하는 아침바다를 보았다. 역시 바다는 언제봐도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사진은 설악동으로 가는 길이 너무 이뻐서 내 옆에서 놀고 있는 명우에게 사진 찍으라고 그래서 찍은 거다. 몇주만 더 빨리 왔더라면 정말 멋있는 길을 달릴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오히려 낙엽이 흩날리는 도로위를 달리는 것도 또다른 낭만이 있었다. 설악산으로 우선 설악동 가는 길에 있는 식당에 들러서 순두부국으로 아침을 먹었다. 지금까지 먹었던 순두부 찌개와는 좀 다르게 하얀 순두부 그대로에 소금 간을 한 그런 국이었는데, 나름대로 맛있었던 것 같다
설악동에 들어서서 우리는 우선 하늘위로 보이는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길에 너무 경치가 이뻐서 주위의 단풍들과 더불어 사진도 찍고, 단풍 든 산들도 찍었다. 그리고 케이블카 타는 곳에 있는 사람들도 찍고 한껏 케이블카 타기 전에 들뜬 마음이었다.
설악산에 이번에 두번째로 오는데 처음에 왔을 때는 수학여행으로 온 거라 케이블카를 탈 엄두도 못 내었는데 이번에는 꼭 타보고 싶었다. 지금까지 내장산에서 탄 케이블카가 태어나서 처음 타본 것이었는데 이로서 두번째 케이블카를 설악산에서 타게 된 것이다. ㅋㅋㅋ
명우와 승철이가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서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나는 밖에 나와서 설악의 경치를 감상했다. 그리고 산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바라보면서 곧 나도 저곳에 타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살마들에게 사진 찍을 자세를 취하니까 안에 있는 사람들이 막 나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래서 가볍게 사진 한장 찰칵
그리고 바로 우리는 케이블카를 타고 설악산 위로 올라갔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서 바라보는 풍경은 가히 예술이었다. 해발 1000M 가까운 곳에서 앞에 쭈욱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저 멀리 보이는 동해바다는 또다른 매력을 풍기고 있었다.
설악산 위에 올라가서 각가지 포즈로 사진도 찍고 풍경도 감상하면서 우린 자연의 멋을 한껏 만끽했다. 그리고 내려오는 케이블카에서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케이블카 안에서 사진도 찍었다. 멋진 포즈로 찍을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그러기에는 사람들이 좀 있어서 하기에는 힘들었다. 오랫만에 타보는 케이블카라 그런지 무지 재미있고 신났다.
일단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서는 비선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전에 이곳을 지나갈 때 신흥사란 절에 엄청나게 큰 불상을 만들고 있는게 기억이 났다. 그런데 이번에 와보니 그 불상이 이미 다 만들어져서 그 위엄을 발하고 있었다. 그 웅장함이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우리는 비선대가는 길로 들어섰고, 어느 이름 모를 용사의 비라는 곳까지 간 다음에 비선대는 보지 못하고 다음 코스로 발길을 돌렸다. 아무래도 7번 국도를 이용해서 속초에서 포항까지 갈려면 그 길이 만만치 않을 것 같아서 빨리 출발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점심도 먹기 전에 설악산을 출발해서 동해바다를 따라 쭈욱 뻗어 있는 7번 국도에 몸을 실었다.
7번 국도를 타고 가면서 우리는 낙산사, 경포대를 들리고, 계속 보이는 동해 바다의 풍경을 감상했다. 그리고 중간에 배가 고파서 해변가에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산채비빔밥을 먹었다. 도심속에서 먹는 비빔밥과는 차원이 다른 정말 자연의 맛이 한껏 느껴지는 그런 맛이었다. 그리고 더불어 파전도 하나 시켜서 먹었는데, 넘 맛있었다. 그리고 다시 포항으로 포항으로 나아갔다. 하루종일 내가 운전해서 오후 4시쯤에 명우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난 잠시 옆에서 쉬고 있었다. 7번 국도 정말 만만치 않은 도로였다. 그 커브길하며 계속 달려오는 화물차들 그리고 밤에는 국도 2차선에 라이트 때문에 길도 잘 안보이고, 이번에 명우는 정말 운전하면서 엄청 긴장한 상태를 많이 겪었을 것이다. 포항이 거의 가까워지고 나서는 내가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리고 우리는 지곡동으로 가서 명우네 고모댁으로 갔다. 맛있는 곱창전골과 회를 먹고 대학 동기들 만나러 학교로 갔다. 학교는 많이 변해 있지 않았다. 예전의 모습 그대로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가끔씩 보이는 생소한 건물들이 그동안 학교가 많이 변했다는 것을 나에게 각인 시켜 주었다.
우리는 동기들을 불러내서 오랫만에 통나무집에 가서 술을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나중에 홈커밍데이때 다시 볼 것을 약속하면서 우린 간단하게 술자리를 마치고 명우는 고모댁에서 자고, 나와 승철이는 연진이네 방에서 잤다. 오랫만에 학교 기숙사에 누워서 자니까 감회가 새로웠다.